어제는 지난주 월요일에 면접 컨설팅을 받았던 남학생이 다시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10년 이상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경력자였다. 현재는 한국부동산원에서 채용 중인 전문계약직 면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비록 처음에는 전문계약직으로 2년간 근무하지만, 이후 정규직 전환이 예정되어 있어 더 큰 기대와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자리였다.
지난주 첫 컨설팅 때는 1시간 동안 면접 답변의 ‘톤’을 중심으로 코칭을 진행했다. 보통 건설현장에서 10년 넘게 일한 사람이라면 패기 있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그는 의외로 자신감이 많이 부족해 보였다. 물론 경력직 면접에서 신입처럼 씩씩한 모습만을 내세우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력자로서 자신의 생각과 강점을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는 면접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는 분명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 나는 자신감이 느껴질 수 있도록 답변 톤을 교정해주었고, 숙제로는 매일 저녁 책이나 한국부동산원 홈페이지의 글을 1시간 이상 소리 내어 발표하듯 읽고, 그중 30초 분량을 녹음해 나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처음 며칠은 녹음 파일을 보내왔지만, 여전히 말투가 딱딱하고 자연스럽지 않아 피드백을 주었고, 이후에는 업무가 바빴는지 녹음을 보내지 못했다.
일주일 만에 다시 찾아온 그는 여전히 답변 톤에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답변 내용을 신경 쓰다 보면 말투가 무너지고, 말투를 신경 쓰면 내용이 잘 떠오르지 않는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평소 말수가 적은 편이라, 평범한 문장조차도 자주 더듬거나 중간에 끊기는 일이 많았다.
면접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기에, 기대만큼 답변이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마음이 무거웠다.
컨설팅을 마칠 무렵, 내가 다시 강조한 것은 바로 ‘마음을 비우는 것’이었다. 합격하고 싶은 마음도, 잘하고 싶은 마음도 모두 내려놓고, 그냥 될 대로 되라는 자세로 답변하라고 했다. 이미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그냥 솔직하게 내 생각을 털어놓는 것이 오히려 가장 자연스럽고 자신감 있는 태도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 조언을 들은 그는 처음엔 다소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비우고 큰 목소리로 자신의 생각을 당당히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곧 다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면서 톤이 흔들리는 모습도 보였다.
면접 컨설팅을 하다 보면 내 예상대로 잘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안겨주는 경우도 많다.
아직 내 기대에는 못 미치지만, 그동안 연습했던 것들, 컨설팅을 통해 익힌 방향만 제대로 소화해낸다면, 분명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말을 잘하지는 못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해온 사람. 그리고 누구보다 많은 경험과 실력을 갖춘 그 남학생의 진가를 면접관들이 꼭 알아봐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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