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선택에 신중해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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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선택에 신중해야 할 이유-공기업의 단점

앞서 공기업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공기업 선택을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 즉 공기업의 단점에 대해서 알아보자.

첫째는 성장가능성이 작다.

성장가능성은 다시 자기성장, 조직성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공기업은 자기성장 측면에서는 극히 불리하다. 이공계 등 전문기술직과 연구직 같은 경우에는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은 자기발전을 도모하기 어렵다. 공기업 직원들이 자기계발에 게으르기 때문이기 보다는 공기업의 인사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은 대부분 한 분야에서 오래 근무하곤 한다. 전문성을 키우고 그 전문성을 활용해 성과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기업은 아직도 순환보직이란 개념을 가지고 있어 지역별로, 부서별로, 담당업무가 3∼5년 안에 변경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전공에 맞는 부서에 배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회계를 전공한 직원이 새로 입사해서 전공과 관련 없는 부서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운이 좋게도 회계관련 부서에 근무를 해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른 부서로 이동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월급만 잘 나오면 되지.”라고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40대가 되어서 공기업을 떠나게 되면 실제 내가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경력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정년 후에 실제 전문성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해 보자. 평균수명 90세를 바라보는 시점에서 퇴직 후에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말이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40대에 명퇴를 하면서도 자신만의 사업을 도모해볼 가능성이 있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직원은 한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거래업체와의 인적 네트워크를 쌓아 비슷한 업종에서 자신의 사업을 시도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에서는 부단히 노력하지 않고서는 이런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내기 어렵다. 공기업이란 온실 속에서 곱게 자란 화초와 다를 바 없다. 어느 날 예기치 못하게 온실 밖으로 나와야 하는 상황에 닥친다면 어떻게 될까?

다음은 조직성장의 가능성이다. 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새롭게 신설된 조직이 아닌 이상 기존 공기업이 갑작스럽게 성장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물론 사업분야가 확대되거나 사업물량이 늘어나면서 생각지 못하게 조직이 확대되고 증원이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만난다는 것은 극히 어렵다. “조직이야 크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직의 성장은 바로 자신의 승진 가능성을 의미한다. 생각해 보자. 입사해서 5년 만에 겨우 대리를 달고, 다시 7년을 기다려 과장이 되고 10년을 기다려 겨우 차장으로 승진했다가 다시 10년을 채우고 퇴직하는 상황을 말이다. 게다가 대리 시절에 했던 일을 과장이 되어서도 하고 과장 시절에 했던 일을 차장이 되어서도 신경 쓰고 있다면 얼마나 답답한 일이 될지를 말이다. 문제는 이런 승진적체에서 벗어나서 혼자만 승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열심히 일을 해서 남다른 성과를 만들어 낸다고 해서 승진을 하지는 못한다. 대부분 조직이 아직도 연공서열 근무성적 평정문화에 갇혀 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국 바뀌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선배들처럼 ‘승진포기자’를 선택하게 된다. “승진을 포기하고 나면 진정한 자유를 얻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대신 아무런 의욕도 없이 정년까지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에 만족하면서 퇴직 후를 걱정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 될 것인가?

대기업의 경우에는 비록 경쟁이 치열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성과를 만들어내면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승진이 어렵다면 최소한 돈으로라도 보상을 받게 된다. 그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승진했을 때의 기쁨은 취업성공의 기쁨에 비할 바 아니다. 그리고 근무하는 회사가 히트상품을 하나라도 만들어 내면 어느 순간 팀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한다. 중견기업 역시 마찬가지다. 조직이 작은 만큼 위험도 크지만 성장가능성도 크다. 경영진의 눈에 들키라도 하면 40대 임원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목표가 있기 때문에 더 의욕적으로 살 수 있다. 하지만 공기업에서 이런 목표를 갖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물론 많이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런 모습을 꿈꾸고 있다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보수이다.

공기업을 선택해야 하는 장점에 보수를 이야기하고 다시 단점이라고 이야기하니 어리둥절할 수도 있다. 내가 처음 공기업에 입사할 당시, 면접 대기장에서 한 지원자가 손을 들고 인사담당자에게 물었다. “여기 근무하면 정말 좋은가요?” 지금 생각하면 간덩이가 상당히 부은 지원자였는데 그 인사담당자가 짧고 쉽게 답한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맞벌이하면 정말 좋은 직장입니다.” 외벌이를 하던 나는 공기업에 근무하면서 그 답변이 종종 떠오르곤 했다. 앞서 설명한 대로 공기업의 보수는 적당한 수준이다. 많지도 적지도 않다. 적으면 이직이라도 해볼 텐데 그렇게 적지도 않다. 많으면 좀 더 멋지게 살고 투자라도 해볼 텐데 그리 많지도 않다. 한마디로 어정쩡한 보수 수준이다. 그래서 더 사람을 힘들게 한다.

만일 부모님이 특별히 물려주실 것도 없고 맞벌이도 아니라면 공기업의 보수는 말기 환자에게 마약과 같다. 신입직원 시절은 그래도 낫다. 만일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커서 고등학교에라도 들어가는 때가 되면 매년 1,000만 원씩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을 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다가 모처럼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를 만나서 조심스럽게 연봉을 물어보면 “응. 일억 좀 넘어”라는 이야기를 듣고 돌아오는 길은 쓸쓸하기만 하다. 중견기업을 다니는 친구를 만나면 조금 위안을 받기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해서 벌인 사업이 잘 된다며 술 한 잔 사겠다는 소릴 들으면 바쁜 일을 핑계대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적정한 수준의 보수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볼 때에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만일, 부모님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결혼할 때 전셋집이라도 하나 구해주실 수 있고 맞벌이하는 배우자를 만난다면 공기업이 더할 나위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외벌이를 하면서 매달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며 집을 장만해야 하거나 좀 더 많은 돈을 벌어서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즐길 욕심을 가지고 있다면 공기업을 선택하는 것은 잘못이다. 물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재복이 있어서 인지 아니면 재테크에 탁월한 실력이 있어서 인지는 몰라도 작은 빌딩이라도 하나 올리는 공기업 직원들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경제지를 봐야 하고 땅을 보러 다녀야 한다. 그렇게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는 생활을 얻는 대신, 직장에서의 성공은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세상은 참 공평하다.

세 번째는 조직문화이다.

공기업의 조직문화는 공무원처럼 딱딱하지 않고 민간기업처럼 유연하지도 않다. 모든 것이 안정적이다. 특별히 변화하는 것도 없다. 매년 새로운 사업과 경영전략을 만들어 내지만 실제 변하는 것은 크게 없다.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는 환영받지만 조직을 바꿀만한 큰 아이디어는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오히려 엉뚱한 친구라는 손가락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모든 사업이 정부가, 주무부처가 정해 놓은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올해 하고 있는 일이 작년에 내가 했던 그 일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3년 정도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부서의 일이 눈에 들어온다. 그 일은 조금 더 멋지고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게 다른 부서로 옮겨서 새로운 일을 접하고 다시 일 년이 지나고 나면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 결국 변하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바깥세상에 눈을 돌리게 된다. 어떤 사람은 취미생활에 빠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직을 꿈꾸며 자기계발에 빠진다. 매일 새로운 날이지만 조직은, 조직문화는 그대로인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조직문화는 인사시스템으로 가면 더욱 극명해진다. 대부분 입사 년도에 따라 기수가 정해지며 승진은 이 기수를 뛰어넘기 어렵다. 새롭게 배치받는 부서에 선배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혹시라도 학습능력과 업무역량이 떨어진 ‘똥차선배’라고 한 명 만나게 되면 하염없이 그 선배가 어서 승진하기만을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 그런 선배들일수록 업무에는 무관심하다 보니 그 뒷감당을 후배인 내가 당연히 해야 한다. 옆 지사의 동기는 운이 좋게도 선배가 없어서 작년에 이미 승진을 했는데 난 선배가 싸놓은 똥이나 치워야 하는데 언제 승진기회가 돌아올지도 모른다. 이런 경우에 처하게 되면 선택은 두 가지가 된다. 고생스럽지만 승진이 빠른 부서로 옮기거나 자신도 어느새 ‘똥차선배’가 되는 것이다. 승진이 빠른 부서로 옮기려 해도 이미 후배가 자리를 잡고 있으면 눈치를 봐야 한다. 그 부서에 친한 선배라도 있지 않다면 옮기는 것도 여의치 않다. 한숨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모든 경우가 이렇지는 않고 점점 성과중심 인사제도가 정착돼 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몇 십 년 동안 고착화된 조직문화가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다.

만일 본인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진취적이고 아이디어가 뛰어나며 도전을 즐기고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싶다면 공기업은 절대 올바른 선택이 아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당연히 민간기업체, 그것도 스타트업 기업을 찾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겪을 수도 있지만, 성공한 기업가들의 성공담에 실패라는 단어는 최소한 3번 이상 나온다는 점을 떠올려 보자.

마지막으로 지방근무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기업에 근무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던 직원들도 지방이전 이야기만 나오면 노무현 대통령을 원망하곤 한다. 2003년 국가균형발전이란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2005년에 이전계획이 완성되었고 2007년 10개의 혁신도시 지정을 완료하고 2012년경부터 공기업 16개사, 준정부기관 49개 기관, 기타공공기관 45개 기관, 총 110개 기관이 혁신도시와 세종시로 이전하였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공기업 직원과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국가균형발전이란 측면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국가에 큰 변화와 성장을 가져오는 것만은 틀림없다. 가뜩이나 수도권에 밀집된 인구와 예산을 낙후된 지방으로 이전하여 수도권 과밀현상을 해소하고 지방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준다는 점은 정말 훌륭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에 13개의 공공기관이 이전을 하면서 약 4,500여 명의 직원이 함께 이전을 했다. 이 공공기관과 연계되어 일하는 용역업체의 직원들을 포함하고 여기에 부양가족까지 고려하면 약 3만 명이 새롭게 강원도에 정착하게 되는 것이다. 약 3만여 명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규모와 이전 공공기관에서 집행하는 예산은 지역 전체의 경제를 활성화시키게 된다. 이와 더불어 지역인재 채용 등 부가적인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렇게 훌륭한 정책임에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공기업 직원에게는 가장 큰 단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대부분 기관이 수도권에 많은 지사를 가지고 있어서 수도권에 근무할 수 있다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방이전 공공기관들 모두 지방의 본사에 근무할 직원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당연히 신입직원이라면 지방의 본사에 근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선배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결혼을 하지 않는 신입직원의 입장에서는 지방에서 근무하는 것이 별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다 보면 지방근무가 가지고 있는 단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지방이전 초기이다 보니 이런 현상이 문제점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10년 정도가 흘러 지방이전 공공기관들과 직원들이 지방에 정착하고 적응하게 되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연고가 전혀 없더라도 지방 지사 근무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은 쉽게 피할 수 없다. 형평성을 먼저 고려하는 공기업 인사팀의 입장에서는 일정 기준을 가지고 직원들을 지사에 배치해서 불만을 미연에 예방하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공기업 직원이라면 가족과 떨어진 지방에서 쓸쓸히 저녁을 먹고 주말마다 힘들게 KTX에 몸을 실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이런 단점은 가족과 함께 이사를 하는 것을 선택하면 또 다른 기쁨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이야기를 정리해 보자. 쉽게 정리하면 이렇다. “위험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 위험을 회피하면서 많은 것을 얻을 수는 없다. 공기업이 바로 그렇다. 미래의 위험은 충분히 회피할 수 있지만 미래에 많은 것을 얻지는 못한다. 만일 보다 밝은 미래를 꿈꾼다면 공기업이 아닌 민간기업에 도전해야 한다. 밝은 미래보다는 우선 안정적인 삶을 꿈꾼다면 당연히 공기업이 최고의 선택이다. 그래서 취업클리닉을 찾아와 공기업을 묻는 취업준비생에게 가끔 묻는다. 빨간 약을 먹을 것인지, 아님 파란 약을 먹을 것인지를 말이다. 참 어려운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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