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인터넷은 한 화장품 전문회사의 면접 질문이 화제였다. 그 기업의 면접 과정에서 한 지원자에게 최근 가장 민감한 사회적 이슈인 국정교과서에 대한 지원자의 견해를 묻는 질문이 던져졌기 때문이었다. 그 질문에 대해 현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 움직임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지원자가 탈락하게 되었고 이 사실이 인터넷을 통해 퍼지면서 인터넷이 뜨겁게 달구어진 것이다. 해당 기업에서는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었고 단지 지원자의 사회에 대한 관심과 답변 스킬, 결론 도출의 논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지원자의 정치적 성향이 합격여부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 한없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취업준비생, 지원자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서슴없이 던져지는 해괴한 면접 질문에 대해 기업들과 인사담당자들이 다시 한 번 고민해야만 한다. 특히, 지원자의 숨겨진 인성을 파악한다는 명목으로 아직 경험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모욕감을 주는 압박 질문 역시 사라졌으면 한다. 심지어 지원자의 외모까지 언급하며 모욕감을 주는 면접행태는 해외에서라면 상상도 못할 엄청난 금액이 걸린 민사소송감이란 사실을 떠올렸으면 좋겠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우선, 해야 하지 않아야 할 질문을 했다는 점이다.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 지원자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이런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얼마나 논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싶을 수 있다. 아무리 그런 경우라 하더라도, 지원자의 정치적 성향, 종교, 이념 등에 대한 질문은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밖에 없다. 실제 그 기업이, 그 면접관이 그런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런 질문 자체가 던져지지 않았어야 했다.
만일 그와 같은 의도의 면접 질문이 필요했다면, 금수저와 흙수저 논란, 헬조선현상, 고용 없는 경제성장, 임금피크제, 고령화 사회 진입 등과 같은 사회적 이슈가 좋았을 것이다. 그 기업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중국인 중심의 화장품 매출 증대의 장점과 단점’, ‘자사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한류 활용방안’,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제적 갈등에 대한 전망과 자사의 대비 전략’과 같이 보다 심층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지원자의 판단능력과 논리력을 검증할 수 있는 면접 질문도 가능했을 것이다.
잠시 흥분했던 마음을 가라 앉히고 이제 실질적인 답을 구해야 할 때이다. 취업준비생은 취업하는 그 날까지 어쩔 수 없이 면접에 임해야 하고 면접 과정에서 생각 치도 못했던 난감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이번 일과 같이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대한 답변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자.
우선, 두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번의 그 기업의 주장처럼 정말 아무런 정치적 의도 없이 단순히 지원자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어서 면접 질문이 던져진 경우이다. 둘째는, 많은 사람들이 의심하고 있는 것과 같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지원자를 판단하려는 경우이다.
첫 번째의 경우에는, 질문내용에 대한 고민 없이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정치적 견해와 생각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 우선 “저는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국정교과서 강행 방침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이하 생략)”과 같이 자신의 결론, 주장을 먼저 밝히고 그 근거를 정확히 제시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지원자의 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도와 생각 그리고 상황판단력과 설득력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짧은 순간에도 어떤 답변을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하는 모습은 면접관으로 하여금 생각 없는 지원자라는 판단을 내리게 한다. 혹은 자신의 주장 없이 양측의 입장을 대변하듯 이런저런 이야기로 얼렁뚱땅 지나가고 싶은 욕심이 들 수도 있다. 이 역시, ‘줏대도 없이 눈치만 살피는 지원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다.
그래서 첫 번째의 경우에는,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근거를 들어서 답변하는 것이 지원자에게 최고의 답변인 셈이다.
그럼, 두 번째의 경우라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지원기업의 최고경영자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런 면접 질문이 일부러 던져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작은 기업이라면 모를까, 대기업의 경우라면 이런 경우는 희박하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최고경영자가 면접 질문까지 검토할 정도로 시간이 넉넉하진 않다.
결국 인사담당 임원 또는 부서장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혹은 면접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이런 면접 질문이 던질 개연성은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이렇게 민감한 정치적 견해를 묻는 면접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지레짐작으로 특정 방향에 맞춘 답변은 자신의 합격운을 동전에 맡기는 것과 같다. 결국 지원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그대로 솔직하게 답변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답변 내용을 조금 완곡하게, 감성적이 아니라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답변을 하는 것이 좋다.
어떤 정치적 의도가 있을 거라고 예단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평소 정치적 견해와 다른 답변을 하게 되면, 결국 답변 내용이 꼬일 수밖에 없다. 지원자의 거짓말에 쉽게 속아 넘어가 주는 면접관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경우에라도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당당히 밝히는 것이 최선인 것이다. 혹시라도 이렇게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바람에 불이익을 받아 최종 탈락을 했다면 오히려 그런 면접 질문을 던져준 면접관에게 감사해야 한다. 만일 그렇게 정치적 견해를 물어 신입직원을 채용한 기업이라면 다양성 부족으로 조만간 큰 사고를 치고 망하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설령 그 기업이 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인생 중 1/3의 시간을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지낸다는 것은 너무나 심한 고역이기 때문이다.
당당히 밝혀라. 그것이 바로 젊음이 가지고 있는 패기이고 가장 큰 무기이다. 절대 면접관에게 기죽지 말자. 그게 면접에서 당당히 살아남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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