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로 살아남기

자기소개서로 살아남기

스펙에 쏟아 붓는 시간의 5%만 투자해도
자기소개서는 놀라울 만큼 매력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것이 스펙이 부족한 많은 지원자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기회이고,
내가 여러분을 도울 수 있는 길이자,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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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전형의 실제

인사담당자는 서류전형에서 지원자들의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검토해야 할 입사지원서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요즘 대기업의 입사경쟁률이 100:1을 넘어서다 보니, 만일 50명을 채용한다면 5,000여명의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읽고 검토해서 서류전형 합격자를 결정해야 한다. 이 작업이야 말로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중노동이다.

그래서 많은 인사팀은 채용을 진행하기에 앞서 서류전형, 인적성검사, 1차 면접, 2차 면접 등 채용단계별로 선발할 목표인원을 미리 설정하게 된다. 이러한 채용계획에 따라 입사지원서 접수를 시작하고 서류접수 마감 후에는 지원자들의 스펙을 기준으로 각종 현황통계를 산출하게 된다. 이는 채용계획 추진상의 문제점이 없는지를 파악하고, 실제 서류전형을 어떻게 진행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입사지원자가 너무 많을 경우 모든 입사지원 서류를 읽고 검토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입사지원서류를 검토할 대상자, 서류전형 대상자수를 미리 정하게 된다. 이렇게 서류전형에서 인사담당자가 실제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읽고 검토할 대상자를 추려내기 위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스펙이란 조건을 가지고 필터링을 하게 된다.

한솔그룹 경영기획실 남지현 HR 과장의 이야기를 통하여 실제 서류전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자.

“기본적으로 채용 1명에 100명이 지원하는 현상이므로 전체 지원서를 모두 읽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각 직무별로 필요한 최소 학점, 최소 어학 등을 우선 고려하여 30배수 내외로 추린 후에 자기소개서 평가를 진행합니다. 이때 필요한 자격증이 있을 경우 가점을 받습니다. 또한 이공계의 경우 업무에서 필요한 지식이 전공과 부합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공계의 경우에는 모집직무에 맞는 전공계열에 가점을 주어 평가합니다.”

이렇게 서류전형에서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스펙이란 조건을 가지고 필터링을 한 이후에 실제 서류전형을 실시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느 기업이 최종 5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라면 아래의 표와 같이 채용단계별로 목표인원을 설정한다. 이 표와 같이 50명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서류전형 합격자를 1,200명을 선발해야 하는데, 만일 지원자가 5,000명이라면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검토할 대상자 2,400명을 우선 골라내기 위하여 스펙이란 조건을 사용하는 것이다.

순서 채용단계 합격배수 대상인원 합격인원
1 스펙필터링 2.8:1 5,000명 2,400명
2 서류전형 2:1 2,400명 1,200명
3 인적성검사 2:1 1,200명 600명
4 실무진면접 3:1 600명 200명
5 임원면접 4:1 200명 50명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이렇게 스펙은 서류전형 과정에서 실제 입사지원서를 검토할 대상자를 추려내는데 사용될 뿐이지, 결코 스펙만을 가지고 기계적으로 서류전형 합격자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2015년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전국 377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기업의 68.8%가 스펙을 서류전형시 최소한의 자격요건으로만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채용과정 전반의 핵심요소로 스펙을 활용하는 비율은 2013년 9.5%에서 2.5%포인트 감소한 7.0%로 나타나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점차 스펙의 비중을 축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물론 서류전형 과정에서 좋은 스펙을 가진 지원자가 유리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또한, 기업의 특성과 규모, 입사지원 경쟁률, 채용대행서비스 이용여부 등에 따라 지원자의 스펙만으로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하거나 스펙의 비중이 높은 경우가 있지만, 많은 기업들이 입사지원서상의 스펙과 자기소개서를 함께 검토하여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하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할 때 합격여부만을 알려주기 때문에, 지원자는 자신의 입사지원 서류가 인사담당자의 검토를 받았는지 아니면 검토도 없이 스펙필터링에 걸려 탈락되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취업관련 사이트에서 회자되는 서류전형 스펙커트라인은 실제 정확히 들어맞는 경우가 거의 없다. 스펙이 너무 낮아서 떨어진 지원자, 스펙이 별로여도 합격한 지원자는 입을 다물고 있고, 스펙이 높은데 불합격한 지원자는 자신의 탈락이 억울해서 자신의 스펙을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업관련 사이트에서 이야기되는 스펙 커트라인을 맹신하지 말고 자신이 희망하는 기업에 당당히 지원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스펙이 너무 낮아서 자신의 입사지원서류가 인사담당자의 책상 위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지금이라도 스펙을 올리기 위해서 노력하거나 더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골칫덩어리 지원자들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이런 채용절차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좀 더 진행하기로 하자. 이제 우리는 스펙이 서류전형의 필요조건이지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럼, 서류전형 합격여부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당연히 지원자의 스펙관련 정보가 담겨져 있는 입사지원서와 취업준비생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자기소개서이다. 만일 둘 다 안 좋다면 당연히 탈락되고, 둘 다 좋다면 당연히 통과하게 된다. 그런데 인사담당자의 고민은 스펙은 좋은데 자기소개서가 안 좋은 지원자와 스펙은 별로인데 자기소개서가 좋은 지원자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경우, 인사담당자들은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판단 그리고 영감(?)에 의존해서 이런 골칫덩어리 지원자들을 처리해 나간다. 저자의 경우에는 스펙은 좋은데 자기소개서가 별로인 지원자보다는 스펙은 조금 떨어져도 자기소개서가 매력적인 지원자를 선호하는 편이었다.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소개서에 엉뚱한 회사명을 기재하거나 지원자의 열정이 보이지 않으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책상 밑의 ‘탈락자 박스’로 내려 보냈다. 스펙이 아주 좋은 지원자가 이런 실수를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책상 밑으로 던져진다. 이런 지원자일수록 면접장에 안 나타나거나, 최종 합격 후에 입사하지 않아 인사담당자를 골탕 먹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소개서에서 진정성이 없는 지원자는 서류전형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스펙은 별로인데 자기소개서에서 진정성이 느껴지고 어떤 지원자인지 한번쯤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지원자는 합격자 서류박스에 들어가게 된다. 이 경우에도 무책임한 인사담당자였던 저자는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정말 스펙대로 실력이 별로라면 인적성검사에서 다시 걸러 질 것이고, 스펙은 낮지만 실력이 있다면 인적성검사를 무사히 통과해서 반드시 면접장에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후에도 1차 실무진 면접과 2차 최종 면접이라는 검증절차가 또 남아 있기 때문에 함량 미달인 지원자는 충분히 걸러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스토리는 스펙보다 강하다.

이렇게 스펙은 별로인데 강한 생존력을 가지고 서류전형과 인적성검사를 무사히 통과하고 면접장에 나타나서 자신의 숨겨져 있는 실력과 열정을 마음껏 뽐내 최종 합격의 기쁨을 누리는 지원자들이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입사 후 1∼2년 후에 그 직원들이 근무하는 부서장의 평가를 들어보면, 오히려 이렇게 어렵게 생존한 지원자들이 스펙이 좋은 지원자들보다 높은 성과를 내고 직장생활에 잘 적응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부분이다. 그래서 요즘 많은 기업들이 지원자의 스펙보다는 오히려 스토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포스코 인재혁신실 글로벌HR그룹 박진태매니저의 이야기를 통해 이를 확인해 보자.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하려면 소위 ‘스펙 관리’도 필요하지만, 단순히 스펙만을 보지는 않습니다. 봉사활동, 복수전공/부전공을 통한 폭넓은 학과 경험, 창업/발명/동아리 활동, 인턴십 경험, 역사적 소양 등 지원자의 다양한 면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요. 포스코에 합격한 사람 중에는 아프리카에서 사진관을 운영한 경력이나, 대학생 때 호떡 장사를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도 있고, 프로게이머가 채용된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지원자의 스펙보다 스토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수치로 계량화할 수 있는 스펙이 지원자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014년 취업포털 커리어가 인사담당자 2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한 인사담당자의 78.7%는 높은 스펙과 업무능력간의 상관관계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 게다가 스펙 전성시대를 맞아 지원자들의 스펙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실제 스펙의 변별력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기업의 채용과정에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보기로 유명한 SK그룹은 2015년 상반기 대졸 신입직원 채용에서부터 외국어성적, IT활용능력, 해외경험, 수상경험 등 스펙 기입란과 사진을 완전히 없앴다. 이러한 경향은 기업들의 자기소개서 항목에도 영향을 미쳐 전통적인 성장과정, 학창생활, 성격의 장단점, 지원동기 등의 지원자중심의 자기소개서 항목들이 줄어드는 대신, ‘자신이 열정을 쏟아 성공했던 경험’, ‘자신이 겪었던 가장 큰 실패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같이 지원자의 경험 즉, 스토리가 필요한 스토리중심의 자기소개서 항목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시간과 다른 사람은 바꿀 수 없다.

이제 드디어 결론이다. 서류전형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제 대충 감을 잡았을 거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취업준비생들이 자기소개서에 좀더 집중하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지나가 버린 과거처럼 자신의 스펙은 쉽게 바꾸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학, 자격증은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다른 스펙들은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 바꿀 가능성이 있는 스펙들 역시, 많은 시간과 정열 그리고 금전적 지출을 요구한다. 그 선택은 결국 취업준비생들의 몫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쉽게 오르지 않는 스펙에만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스펙에 집중하는 시간을 조금만 줄이고 자기소개서와 면접 준비에 집중해서 취업성공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것인가를 말이다.

나는 후자를 강하게 추천하고 싶다. 스펙에 쏟아 붓는 시간의 5%만 투자해도 자기소개서는 놀라울 만큼 매력적으로 바꿀 수 있다. 그것이 스펙이 부족한 많은 지원자들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기회이고, 내가 여러분을 도울 수 있는 길이자, 이 책을 쓰고 있는 이유이다.

이번 챕터에서는 채용프로세스에 대한 설명을 통해 실제 서류전형에서 스펙과 자기소개서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이야기했다. 스펙만이 채용을 결정하지 않으며 스펙이 안 좋은 지원자라면 자기소개서에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더 이상 소모적인 스펙 경쟁에 몰입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자기소개서에 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민해 보자.

Point to Remember

  • 자신의 스펙이 너무 부족하다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어라.
  • 스펙은 필요조건이지 필수조건이 아니다. 자신의 스펙에 낙담하지 마라.
  • 스펙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소개서가 형편없다면 채용에 실패하게 된다.
  • 자신의 스펙이 좋지 않을수록 자기소개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
  • 스펙은 쉽게 바꾸지 못해도 자기소개서는 놀라울 만큼 쉽게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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