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갑작스럽게 사무실 번호로 전화가 왔다. 조금 다급한 목소리의 여학생은 다음 주 화요일까지 자소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주말에 자소서 첨삭이 가능한지 물었다.

모처럼 주말의 여유를 포기하기는 싫었지만, 다급한 여학생의 목소리를 외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 8시에 온라인으로 자소서 첨삭을 진행하기로 약속을 잡았다.

여름철 강남 사무실의 에어컨 가동 시간은 평일 저녁 7시까지, 토요일 오후 3시까지라서 컨설팅 예약 가능 시간을 평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설정해 놓았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면접을 준비하는 경우처럼 저녁이나 주말에 컨설팅을 희망할 때는 전화로 예약을 잡아주곤 한다.

그 여학생은 기술보증기금 입사를 준비하는 학생이었다. SKY 대학 경제 관련 학과를 졸업했고, 공기업 취업 준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열심히 공부한 덕분에 필기시험에 합격해 면접 기회까지 얻었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전에 면접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해 면접 기회를 포기한 적이 있었고, 이번에는 서류전형부터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자기소개서 첨삭을 신청하였다.

기술보증기금의 자기소개서는 전체 5개 항목으로, 1,500자 항목 2개와 800자 항목 3개로 이루어져 양이 꽤 많았다. 다행히 여학생이 이미 내용을 거의 완성한 상태로 첨삭을 요청한 덕분에 1시간 조금 넘는 시간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여학생이 작성한 자기소개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마지막 항목으로, 기술보증기금의 향후 전략과 장애요인, 그에 대한 대책을 작성하는 내용이었다.

현직자에게 작성하라고 해도 어려울 항목이었지만, 여학생은 짜임새 있는 흐름 속에 자신의 생각을 잘 녹여내 멋진 자기소개서를 완성하였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세부 내용에서 본인의 생각보다는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를 그대로 옮겨온 부분들이 있어 가독성이 떨어졌다. 그래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을 읽기 쉽게 다듬어 첨삭을 마무리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자기소개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읽기 쉽게 작성하는 것이다. 읽기 쉬운 글을 위해서는 첫째, 글의 흐름이 뚜렷해야 하고, 둘째, 문장이 간결해야 하며, 셋째, 되도록 쉬운 표현과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그다음으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야 한다. 간혹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전달할 메시지를 정하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강점을 명확히 정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야 인사담당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제 다시 그 여학생과 함께 완성한 멋진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면접 준비를 할 생각에, 여유로운 토요일 저녁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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