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출제의도에 맞는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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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제의도에 맞는 자기소개서란 자기소개서 항목의 출제의도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에 맞는 내용으로 작성된 자기소개서를 말한다. 성장과정 항목에 대학교 조별과제를 성공시킨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장점과 단점 항목에 군대시절 훈련경험을 통해 리더십을 자랑한다면 이는 출제의도에 맞지 않는 자기소개서이다. 출제의도에 맞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첫 걸음은 기업이 왜 그 항목을 요구하고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기업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얼마 되지 않는 자기소개서 항목들을 쉽게 정했을 리는 없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모여서 오랫동안 고민하고 많은 회의를 거쳐 정한 자기소개서 항목들마다에는 분명히 기업이 지원자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따로 정해져 있다.

얼마 전에 SK그룹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해 준 일이 있다. SK그룹의 자기소개서 항목인 “자신에게 주어졌던 일 중 가장 어려웠던 경험은 무엇이었습니까? 그 일을 하게 된 이유와 그때 느꼈던 감정,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했던 행동과 생각, 결과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작성해 주십시오.”에 그 지원자는 순탄하기만 했던 성공경험을 자랑하고 있었다. SK그룹이 요구했던 어려웠던 경험도 아니었지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과 생각은 전혀 담기지 않은채 성공을 만들어낸 과정만을 기술하고 있었다. SK그룹이 생각했던 출제의도와는 전혀 맞지 않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것이다. 자기소개서 항목 하나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엉뚱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지원자와 함께 일하고 싶은 기업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설마 이렇게 출제의도에 맞지 않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까 싶지만, 실제 취업준비생들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다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경우가 굉장히 많다. 더구나 최근에는 자기소개서의 항목들이 전통적인 지원자중심 항목에서 지원자의 스토리중심 항목으로 변화되고 구체적으로 작성방향을 제시하면서 자기소개서 항목의 제시내용이 2∼3줄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엉뚱한 내용의 자기소개서를 보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출제의도에 맞지 않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이유는 첫째, 지원자들이 제시된 자기소개서 항목을 너무 쉽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이랜드의 상품기획을 1지망, 의류디자인을 2지망으로 선택한 취업준비생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해 준적이 있다. 이랜드 자기소개서의 5번째 항목인 “후배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3권을 중요한 순서대로 적어 주십시오.”에 이 지원자는 어린왕자, 오만과 편견, 안네의 일기를 선택하고 어린왕자의 선택이유를 “어린 시절 순수한 마음을 되살려 주기 때문” 등으로 적었다. 과연 옳은 선택일까? 이랜드는 후배에게 권하고 싶은 책 3권을 통하여 지원자의 평소 관심분야를 알아보고 얼마나 준비된 인재인지를 알고 싶은 것이지 취업준비생들이 좋아하는 책을 조사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저자는 이 지원자에게 의류패션분야 도서, 소비자 심리관련 도서, 자기계발도서 이렇게 3권을 추천하고 인터넷 서평을 읽고서라도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제시하길 권해주었다. 이 지원자가 만일 “기업이 왜?”라는 질문만 스스로 던져봤더라면 출제의도에 맞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 반해, 2015년 상반기 우리은행 개인금융서비스직에 1차 합격한 한 지원자는 ‘우리은행에서 근무하는데 지침서로 삼을 만한 책을 한 권 추천하고 선정이유’라는 항목에 마찬가지로 어린왕자를 꼽고 선정이유로 ‘사랑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한 후 자신이 사랑하여 선택한 우리은행에서 어떤 어려움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겠다는 다짐을 이야기하였다. 앞선 이랜드 지원자와 같은 책인 어린왕자를 선택했지만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선정이유에 책임감을 제시하여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이다.

<어린왕자-생텍쥐페리>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지어야 하는 거야.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자기가 길들인 장미를 보며 고민하던 어린왕자는 여우의 말을 듣고 사랑에는 ‘책임’이 필요함을 깨닫습니다. 약 1년 반 만난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만날수록 가까워졌지만 점점 다투는 일이 생겼습니다. 친구들은 남자친구와 제가 잘 안 맞는 것 같다며 헤어지라고 권유했습니다. 하지만 사랑에도 ‘책임’이 있음을 깨달은 어린왕자처럼, 저도 제가 선택한 사람에 책임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갈등과 노력의지를 회피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씩 솔직하게 터놓고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은 개선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 가까워짐을 느꼈습니다. 우리은행 또한 제가 사랑해서 선택한 직장입니다. 입행해서 일을 하다보면 연인 사이의 트러블처럼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더 큰 성장을 위한 밑거름인 눈앞의 어려움을 이기고 우리은행에게 사랑받고 나아가 고객에게 사랑받는 행원이 되겠습니다.

둘째, 다른 기업을 위해 작성했던 자기소개서의 내용을 복사해서 그대로 붙여 넣는 경우이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대부분 지원자들이 지원할 수 있는 곳에는 무조건 지원하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보니 시간에 쫓겨 전에 작성해 놓은 자기소개서를 재활용(?)하여 다른 기업에 제출하곤 한다. 지원하는 기업마다 새롭게 자기소개서를 쓰기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지원하는 직무에 맞는 스토리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 2014년 하반기에 취업에 성공한 한 지원자는 자신의 편의점 알바 경험을 소재로 유통업 영업관리에 지원하면서 상품배치를 바꿔 매출을 올린 이야기로 자신의 창조적 발상을 부각시키고, 은행권 텔러로 지원하면서는 술에 취한 고객을 친절하게 대응한 이야기로 자신의 고객서비스 정신을 강조하였다. 결국 이 지원자는 은행 텔러로 최종 합격하였다. 만일 이 지원자가 유통업 영업관리에 지원하면서 작성했던 내용을 그대로 은행권 자기소개서에 재활용했다면 어떠했을까? 원칙과 규정 준수를 중시하는 은행권에서 창조적 발상을 강조하는 지원자를 쉽게 선택할 수 있었을까? 지원하는 기업마다 자기소개서를 모두 새로 쓰지는 않더라도 자기소개서 항목을 먼저 꼼꼼히 읽어보고 기업이 매력적으로 느낄 스토리인지 고민하는 것이 출제의도에 맞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이다.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를 정확히 읽는 것이 필요한 것처럼 자기소개서 역시 항목에서 제시한 내용을 꼼꼼히 읽고 키워드를 뽑아 낸 이후에 거기에 맞추어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야기, 스토리를 잘못 선택하고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성장과정에 있는 경험을 장점과 단점 항목으로 옮기고 장점과 단점에 있는 스토리를 성장과정 항목으로 옮기는 것이 훨씬 더 어울리는 경우이다. 이런 부분은 자기소개서 전략수립 단계에서 판단되었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데서 발생하게 된다. 자기소개서 항목의 출제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항목을 기업이 왜 원하고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이 자기소개서 항목마다 원하는 바를 먼저 생각해 보고, 그에 가장 적합한 자신의 경험, 즉 스토리를 선택한 후 이를 통해 자신의 강점과 역량을 부각하는 것이 살아남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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