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기시험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칸이 네모난 OMR이었습니다. 보통 타원형 칸의 OMR을 쓰는데, 칸이 익숙하지 않아서 답을 적기가 어려웠어요. 나중에 연수원 룸메이트에게 물어보니 그냥 가운데 숫자만 가려지게 칠하면 된다는데, 좀 허탈했습니다.
첫 시간은 인성검사 시간이었습니다. 각 문장마다 자신에게 얼마나 해당되는 것인지 1에서 5점을 매긴 다음, 4개 문장을 묶어서 그 중 자신에게 가장 와 닿는 문장과 가장 동떨어진 문장을 하나씩 골라야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껏 본 인성검사 중에서 시간이 가장 오래 걸렸던 것 같아요. 중간에 “나는 컴퓨터를 잘 다룬다.” 라는 것도 있던데, 전 좀 황당하다고 느꼈습니다. 전 이걸 다 풀지 못했기 때문에 “아 여기서 탈락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저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죠. 결국 최종합격까지 갔던 것을 생각해보면 ‘다 푸는 것’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다음은 적성검사였습니다. 근데 인성문제가 맘에 드는 도형 고르기, 상황판단문제 같은 식으로 또 나오더군요. 이쯤에서 전 “아, 이 회사는 인성을 엄청 중요하게 생각하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외에 인적성 문제들은 평이했던 정도였어요.
마지막은 전공시험이었습니다. 근데 올바른 콜센터 번호를 고르는 문제가 있어서 조금 놀랐었습니다. “그만큼 자발적인 애사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가?” 라고 생각했었어요. 전공문제 자체는 보통의 전기기사 필기, 실기시험에 나올 법한 그런 문제들이었어요.
전체적으로 문제가 어려웠다기보다는 풀면서 뭔가 좀 번거로워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인성관련 문제가 많이 나왔었죠.
□ 면접
그렇게 필기를 본 뒤, 정말 그냥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최종면접에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전혀 합격을 예상하지 않아서 모의 면접은 고사하고 준비나 조사도 제대로 못하고 가게 되었어요. 박규현 선생님도 “그냥 연습 한번 하고 온다고 생각해라.”라고 말씀해주셨고, 전 딱 하나의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것은 “최대한 깔끔한 기분, 상태로 면접에 들어가자.”였어요. 오후 4시 면접예정이었지만 정장대신 츄리닝을 입은 채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전주로 내려갔습니다. 터미널에 내린 뒤, 근처 사우나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깨끗이 씻은 뒤에 준비한 정장으로 갈아입었죠. 근데 날이 워낙 더웠고, 결국 가는 도중에 또 땀이 막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면접은 원래 4인 1조였는데 한 분이 오지 않으셔서 저를 포함해 3명이 들어갔습니다(이하 저, 형, 친구로 적겠습니다). 면접관님도 3분이셨어요. 가운데 앉으신 분은 시작부터 끝까지 아무 말씀도 안 하셨고 표정도 바뀌지 않으셨습니다. 근데 그게 일부러 압박을 주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아침부터 면접을 진행하시느라 힘드셔서 그러신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면접 질문은 공통질문과 개인별 질문으로 나누어졌습니다. 최종이라 그런지 질문이 많진 않았어요. 우선 공통질문이 있었습니다.
1. 자기소개를 해 봐라
저는 제 자신을 말에 비유하면서, 비록 겁은 좀 있지만 주변을 잘 관찰하고 동료를 아낀다는 식으로 대답했어요. 형은 그 동안 여러 직장을 다녔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경력자로서 어필했죠. 친구는 전공과목들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했다는 식의 이야길 했던 것 같아요.
2.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최근 3년 이내로 노력했던 경험을 이야기해라
저는 4학년 때 학교에서 졸업과제를 수행해 스마트워치를 제작하면서 원격제어에 대해 배웠다는 이야길 했어요. 형은 자기 경험담을 이야기했고(전문용어들이라 전 잘 모르겠더군요), 친구도 자기 전공과목에 대해 이야길 했어요. 이때 가장 왼쪽에 앉으신 면접관님은 “역시 경험이 최고의 스펙이죠.” 라고 말씀하셨어요.
지원자별 공통질문과 별도로 개인별로 질문이 주어졌습니다. 저에게 주어진 개별질문은
3. 서울출신인데 왜 경상권으로 지원했느냐?
“물론 서울에 머무실 부모님이 걱정되긴 합니다. 하지만 조직의 일원으로서 지방근무는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친구들도 많이 있어서 적응하는데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라고 답했더니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갑자기 여쭤보시더군요. 그래서 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제 여자친구가 거제사람이에요. 지역까진 언급하지 않았지만, 들으시더니 웃으시더군요.
형에게는 “이직경력이 화려하던데 왜 우리 공사에 지원했는가?” 라고 물으셨고, 형은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전기화상을 입은 경험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기안전의 중요성을 깨달아 지원하게 되었다고 답변을 했습니다.
친구의 질문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친구는 이전에도 면접에 왔었다고 답했던 것 같습니다. 전기공학과 학생으로서 공부하면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네요.
4. 노력은 했으나 결국 실패했던 경험은?
저는 3학년 때 팀 프로젝트를 하면서 조원들의 호응을 잘 이끌어내지 못해서 결국 완성품도 만들지 못하고 성적도 낮게 나왔던 경험을 이야기 했습니다. 노력했던 것은 자주 전화하고, 보고서들을 직접 작성한다던가, 상태가 좋은 실험실 기자재들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아침 일찍 줄을 섰던 경험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문항에서는 다른 분들의 대답이 잘 기억나질 않네요.
이쯤 오니 다들 캐릭터가 잡혔어요. 저는 ‘친구 따라 강남 갈 놈’, 형은 ‘경험 많은 숙련공’, 친구는 ‘똑똑이’ 이렇게요. 저는 제가 제일 면접을 못 봤고, 형이 제일 잘 봤다고 생각했는데, 연수원에서 전 그 ‘친구’는 찾아볼 수 없었고, 형은 추가합격자로 연수 이틀째에 오셨죠.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겁니다.
** 이 학생은 한국전기안전공사 전환형 인턴으로 1개월정도를 근무하다가 다른 공기업 정규직으로 추가 합격한 사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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