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기시험

한전 필기는 정말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문제 하나하나가 어렵다거나 짜증이 나는 건 아닌데 시간이 매번 부족하죠. 사무직 지원하시는 분들은 거의 다 푸신다는데, 전 3번 지원하면서 한번도 ‘다 풀어본 적’은 없었어요. 오답에 감점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침착하게 하나하나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그냥 계속 비슷한 문제들을 풀어보는 것이 지름길이었어요. 마치 TOEIC도 풀면 풀수록 ‘감’이 늘듯이, 이 시험도 계속 볼수록 ‘감’이 생기거든요.

□ 1차 면접

1차 면접에는 3명 1조로 면접에 들어가게 됩니다. 면접관님은 4~5분이시고, 양 끝엔 보통 가장 젊은 분들이, 가운데로 올수록 나이대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 가장 가운데 앉으신 면접관님이 면접을 이끄시죠. 블라인드면접이므로 수험표를 내고 번호표를 받게 되는데, 면접을 볼 때 이름 대신 번호로 자기를 나타내야 합니다. 이건 처음부터 여러 직원들께서 계속 강조하실 거예요. 물론, 가족이나 친척 중에 한전에 다니는 사람이 있다던가 그런 이야기도 안 됩니다. 다만, 한전인턴경력은 문제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1차 면접은 기본적으로 전공면접입니다만, 자기소개서를 보면서 면접이 진행됩니다. 자기소개서에서 변전소 이야기를 썼다면, “변전소에 가봤다는데, 거기 뭐가 있었냐?, 변압기의 원리가 뭐냐?, 왜 선로에 변압기를 설치하는가?” 라는 식으로 질문이 이어집니다. 보통 많이들 이야기하는 ESS라면 “ESS가 뭐냐? 종류는 어떤 것이 있냐?, 우리 회사랑 어떤 연관이 있느냐?, 혹은 이걸 왜 쓰냐?”는 식이겠죠.

답변에 따라 다음 질문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ESS는 신재생 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방법으로도 쓰입니다.”와 같이 ESS에서 신재생 에너지 이야기를 섞어서 답하면, 신재생에너지의 정의나 종류를 물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만일 스마트 그리드를 자기소개서에 썼다면 “스마트 그리드가 뭐냐?, 그걸 왜 쓰기 시작했냐?, 우리 회사에서 그거 관련해 뭐 했는지 아느냐?, 마이크로그리드랑 뭐가 다르냐?”는 식이죠.

가끔 정말 ‘전공지식’을 물어보실 때도 있습니다. “렌츠의 법칙과 페러데이의 법칙을 설명하라”, “페란티, 코로나현상을 설명하라”, 전기기사 필기, 실기에 나오는 내용들을 물어보십니다.

이 외에도 자소서에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는 질문을 하시기도 합니다. 전 2번째 도전 때 도전했던 경험을 묻는 자소서 항목에 제주도 자전거 일주에 대해 썼었는데, 뭘 타고 제주도에 갔었는지, 일주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나 명소가 있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3번째 도전에서는 주변의 다양한 요구사항을 만족시킨 경험에 대한 자소서 질문에 대해 화상회의 이야기를 적었는데, 화상회의를 할 때 어려웠던 점이 있었는지, 실제 회의랑 화상회의랑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면, 정답여부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란 것입니다. 실제로 면접을 몇 번 보면서, 저도 그랬었고, 심지어 아예 반대로 대답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면접관님은 그 질문의 의도부터 정확한 답과 근거까지 쭉 설명해주십니다. 선로에 왜 변압기를 설치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승압과 전력손실에 대해 엉뚱한 공식을 답해서 수세에 몰린 분도 있었는데, 결국 최종면접까지 오시기도 했습니다. 정답을 말하는 것보다는 말할 때의 태도나 설명을 차분하고 논리적으로 잘 하는 것에 더 초점을 두시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태도에는 엄격하십니다. 가끔 처음에 자리에 앉을 때 자기도 모르게 숨을 크게 내쉬는 분들을 봤는데, 바로 지적하십니다. 면접에서 한숨 쉬는 건 좋은 태도가 아니라고. 그랬던 분들을 최종면접에서 뵌 기억이 없네요. 실제로 회사에 다녀보니 이런 ‘태도’를 중요하게 여기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 2차 면접

솔직히 2차 면접까지 오셨다면, 충분히 실력을 인정받으신 거고, 다시 도전하시면 가능성이 높은 분들일 것입니다. 저도 그랬거든요. 첫 번째는 1차 면접에서 탈락, 두 번째는 최종면접에서 탈락, 그 뒤에 전기기사를 따고 세 번째에 최종합격. 여기서 넘어지셨다면, 실수를 하셨기 때문이 아니고 다른 분들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고 보셔도 된다고 전 생각해요. 실제로 중소기업 CEO도 면접에 오시는 경우가 있었으니까요(서류 담당하시는 분은 ‘아니 왜 여기 오셨어요?’ 라고 하시더군요).

이땐 혼자 들어가게 되는데, 면접관님은 1차 면접과 같이 5분이 들어오십니다. 조용히 귀를 기울여보면 다음 면접자에 대해 PT?를 하시는 걸 들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전 두 번째 도전 때 문 앞의 의자에 앉아 대기하던 중에, 방 안에서 “이 지원자는~~~~~해서 ~~~~”하는 식으로 어떤 분이 발표하시는 걸 들었었어요. 세 번째 때는 앞 분에게 질문공세가 이어졌기 때문인지 그런 걸 듣지 못했지만요. 인턴 하셨던 분 같은데 그 경험을 집중적으로 물으셨습니다. “그럼 한 달 정도 인턴 하시면서 뭘 배우신 건가요?” 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들었었습니다.

일단 다대일이기 때문에 압박이 엄청납니다. 그래도 정신 차려야 합니다. 여기서 실수하면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되니까요. 제가 받았던 면접질문은 이렇습니다.

○ 오래 기다리지 않았느냐?

○ 자기소개 해봐라

○ 2~3년 내로 제일 힘든 일이 뭐였었냐?

○ (앞선 질문에 졸업과제로 답변한 후) 그건 조별이었냐 개인과제였냐

○ 자소서 보니 원격검침에 관심이 있는 것 같은데, 우리 회사와 어떤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 검침이 원격화, 자동화되면 검침원의 수가 줄지 않겠는가?

○ 영어성적이 좋던데 동아리는 해 봤느냐?

○ 동아리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였냐 ?

○ 동아리 총원이 몇 명이었냐?

○ 너는 인간관계에 있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나?

○ 그럼 단점도 있는가?

○ 다른 곳에서 일한 적이 있었는가?

○ 학교생활과 직장생활은 뭐가 다르다고 생각하느냐?

○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

이게 기억나는 질문들입니다. 세 번째 도전 때 받았던 질문들이었죠. 아무래도 1차 때보다 직급이 더 높으신 분들이 오시는 것 같고, 그래서 더 압박감이 느껴집니다. 그냥 뭔가 꾸미려 생각하기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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